아이가 있는 모든 곳이 ‘어린이보호구역’이다
아이가 있는 모든 곳이 ‘어린이보호구역’이다
  • 기고=한전복
  • 승인 2020.09.21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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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드 대장정④] 한전복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

아이들은 집에서부터 학교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합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어린이 통학로 안전을 위한 ‘그린로드 대장정’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어린이 안전 인식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횡단보도 이용 시 안전하게 대기할 수 있는 아동 안전 공간인 ‘옐로카펫’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횡단보도 이용 시 안전하게 대기할 수 있는 아동 안전 공간인 ‘옐로카펫’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세월이 갈수록 내가 경험했던 수많은 사건들이 하나둘씩 기억 속에서 지워진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방금 일어난 것처럼 생생한 기억 하나가 있다. 그날은 아마도 ‘기적’이라는 것을 처음 경험해본 날일 것이다.

지금은 성인이 되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둘째 아들의 교통사고에 대한 기억이다. 12인승 승합차 뒷바퀴가 당시 네 살 된 아이의 배를 과속방지턱을 지나가듯 밟고 넘어간 교통사고였다. 부모로서 지켜주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당시 사고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발생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어린이집 차량이라는 것이다. 아동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어린이보호차량에는 동승자가 정차 시 차에서 내려 주변상황을 충분히 살피고 아동을 내려야 하고, 출발할 때도 안전유무를 체크해야 한다. 하지만 그때 차량에는 운전기사만 있었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안전수칙을 무시한 것이다. 그 사고는 두 번 다시 상상하기 싫은 기억이지만, 언론을 통해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끔찍한 교통사고 소식을 들을 때면 가슴이 덜컹거린다.

아동복지 현장에서 20여 년 근무를 하면서 아이들의 안전에 대해서 늘 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안전’이라 쓰지만 생명이라 읽어야 마땅하다. 아동이 집을 나오는 순간부터 학교 가는 길을 포함해 모든 공간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여겨야 한다. 아이가 있는 모든 곳이 어린이 보호 공간이며, 아이가 옆을 지날 때는 스쿨존의 규정을 지키듯 속도를 낮춰야 한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아이들이 매일 등·하교하는 통학로에는 여러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길, 학교 앞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불법 주정차,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정비되어 있지 않은 가로수와 표지판 등 학교 가는 길에 흔하지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아동의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통학하는 시간, 횡단보도에서 가장 많이 일어났다. 최근 5년간 아동이 가장 안전하게 보호되어야 할 스쿨존에서 사망한 아동의 수도 31명이나 된다.

◇ 더 이상 또 다른 ‘민식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스쿨존에서 한 아동(김민식 군)이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스쿨존 내 아동교통사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명 ‘민식이법’이 통과되었다. 아동이 스쿨존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키면 가중 처벌하는 내용에 의견이 분분하지만, 더 이상 아동의 안타까운 죽음을 간과할 수 없다.

UN 아동권리협약 3조는 ‘아동과 관련된 일을 할 때는 언제나 아동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6조에도 ‘국가는 아동의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대한으로 보장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안전이 보장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아동의 목소리를 담아, 당사자인 아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정부와 학교, 지역사회는 적극 동참해야 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2017년부터 아동이 안전한 마을 만들기 캠페인을 통하여 전국 962개 엘로카펫 설치, 엘로카펫 효과분석 및 세미나 개최 등의 활동을 통해 2018년 행정안전부 엘로카펫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발표하는 데 기여하였다.

또한 시한폭탄과 같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통학로 교통사고, 불법주정차, 유해물 등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고 쾌적한 통학로 환경을 만들고자 ‘그린로드대장정’ 캠페인을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다.

통학로를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게 만들어 아동이 학교 가는 길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또 다른 ‘민식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 아동이 행복해야 우리의 미래가 밝으며 모두가 행복하다. 이는 미래에 대한 값진 투자이며 마땅히 해야 할 일임을 기억하고, 실천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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