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막힌다고 스쿨존 없애고… '안전' 당연한 사회 맞나
차 막힌다고 스쿨존 없애고… '안전' 당연한 사회 맞나
  • 기고=김동민
  • 승인 2020.10.26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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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드 대장정⑨] 김동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

아이들은 집에서부터 학교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합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어린이 통학로 안전을 위한 ‘그린로드 대장정’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어린이 안전 인식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길에서 어린이 안전을 지키는 일, 시설물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먼저'라는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베이비뉴스
길에서 어린이 안전을 지키는 일, 시설물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먼저'라는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베이비뉴스

10여 년 전 캐나다에 여행 갔을 때의 일이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려고 서 있는데, 골목에서 차가 한 대 나왔다. 차가 먼저 지나가는 게 합리적일 것 같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차가 멈춰 섰다. 차량운전자와 나는 서로 멀뚱멀뚱 쳐다봤다.

그러다, ‘아! 내가 먼저 건너가길 기다리고 있나 보다’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에게 고맙다는 몸짓을 하고 길을 건넜다. 한국에선 횡단보도여도 항상 차를 먼저 보내고, 차가 없을 때를 틈타 쏜살같이 뛰어 길을 건너야 했던 나의 모습이 떠오르며 ‘이곳이 괜히 교통문화 선진국이 아니구나’ 싶었다.

영국에는 우리나라와 다른 보행문화가 있다. 무단횡단이 법으로 금지된 일이 아니다. 신호등은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한 ‘약속’일 뿐, 차가 없거나, 정차했을 때 교통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하는 무단횡단은 영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 어린이 안전 지키는 일, 시설보다 '생각' 먼저 바뀌어야 한다

이처럼, 이른바 ‘교통문화 선진국’들은 차가 아닌 사람이 교통체계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보행자를 보호하는 법을 잘 마련해놨으며, 그 인식 수준 또한 높은 편이다.

아이들의 통학로 안전을 이야기하기 전에,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와 법체계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가 있다. 바로 내가 수년간 현장에서 ‘아동 안전 통학로 조성사업’을 수행하면서, 선행되어야 하는 과제로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통학로 안전과 관련한 실태조사를 할 때마다 보호자들은 항상 이렇게 얘기한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지키려고 애를 써도, 몇 년 지나면 다시 되돌이표처럼 상황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통학로가 위험해진다.”

그들 말에 따르면, 학교 주변 상인들이나, 아이가 없는 주민들은 손님들이 주차할 공간, 손님들이 차로 접근하기 좋은 도로, 또, 주민들이 편히 주차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그래서 아이들 안전이 늘 뒷전으로 밀린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차 막힌다는 이유로 어린이보호구역이 없어진 일도 있다고 했다.

‘민식이법’ 폐지를 청원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통학로의 안전을 지키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안전펜스, 불법 주정차량 신고 카메라, 과속방지턱 등의 시설물 설치 및 개선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내 집, 내 가게에 편리하게 들어가는 일보다 통학로를 이용하는 보행자, 즉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되새긴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 모범사례를 전 세계에 알린 것처럼, 어린이 보행 안전 ‘CHILD ZONE! CHILD FIRST!’ 인식도 한국이 가장 모범적이라는 뉴스를 외신에서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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