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 사적 관심·과거·사교육 자본에 발목 잡혔다"
"한국 교육, 사적 관심·과거·사교육 자본에 발목 잡혔다"
  • 김재희 기자
  • 승인 2020.03.17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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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지현·홍민정 신임 공동대표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는 지난 5일 서울 한강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카페에서 지난달부터 임기를 시작한 정지현, 홍민정 신임 공동대표를 만났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는 지난 5일 서울 한강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카페에서 지난달부터 임기를 시작한 정지현, 홍민정 신임 공동대표를 만났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저희 운동이 어렵지 않고, 고고해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평범한 30대 여성이거든요. 머리도 못 밀고 단식도 못 해요.(웃음) 아이 교육이나 우리 사회에 고민이 다 있잖아요? 평범한 시민들이 실천적인 상상력을 마구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퍼졌으면 좋겠어요. 옆집 친구나 엄마, 언니, 동생 같은 느낌으로 같이 소통하면서 힘을 모으고, 사회를 바꾸는 영향력을 가졌으면 좋겠어요.”(홍민정 공동대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12년 동안 ‘입시 경쟁과 사교육 고통을 해결하는 대중운동’을 목표로 활동해왔다. 현재 상근자 30명과 후원회원 4000명 규모의 단체로 성장했다. 2018년부터 약 2년에 걸쳐 운동의 성과와 앞으로 10년의 계획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로 2008년 창립부터 단체를 이끌어온 윤지희·송인수 공동대표가 물러나고, 내부에서 경력을 쌓은 30대 여성 상근자 두 명을 신임 대표로 세운다는 결정을 내렸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달 11일 보도자료에서 이번 결정을 두고 “내부를 책임질 리더십과 함께 외부 확장을 모색하는 일을 책임질 리더십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정지현 공동대표는 2010년 입사해 회원 사업 8년, 조직 살림 2년을 맡았다. 단체의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인물. 홍민정 공동대표는 단체의 상임변호사로, 2014년부터 정책운동의 실무를 담당했다. 아이디어를 법안으로 표현하고, 어떤 제도에 어떤 법이 적합할지 고민하는 일이었다.

홍 공동대표는 서로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두 자매인 ‘안나’와 ‘엘사’에 비유했다. 그는 “제가 발랄하고 저돌적인 안나 스타일이라면, 정 대표는 차분하고 내성적이지만 지혜롭고 현명한 엘사”라며 “장단점이 달라서 서로 보완이 된다”고 평가했다. 

베이비뉴스는 지난 5일 서울 한강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카페에서 두 공동대표를 만났다. 1년 동안 ‘대표 인턴기간’을 거치느라, 대표로 선임된 지금이 오히려 마음 편하다는 두 공동대표에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성과와 미래를 물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두 시간을 지면에 옮긴다.

◇ 30대 여성 공동대표에게 미래 10년 맡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지난달 총회에서 윤지희, 송인수 전 대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한 홍민정, 정지현(중앙) 신임 공동대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지난달 총회에서 윤지희, 송인수 전 대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한 홍민정, 정지현(중앙) 신임 공동대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Q. 하루아침에 대표직을 맡게 되신 건 아닐 텐데요. 어떤 준비 과정이 있었나요?

홍민정(이하 홍) “이전 대표님들은 시대나 세대가 바뀌고 교육이나 사교육 문화도 바뀌었다는 걸 느끼셨어요. 단체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려면, 설립자의 리더십으로 이어지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신 것 같아요.

1년간은 우리가 잘 수행할 수 있을지를 조직도, 저희도 서로 시험해보는 기간이 필요했어요. 2018년 하반기에 처음 공동대표 자리를 제안 받았고, 저희가 대표 자리에 적합한지 검증을 받았죠. 저희도 대표 업무를 할 수 있을지 지켜봤어요. 취임 한 달 전에 제안 받아서 ‘다음 달부터 대표를 맡아라’고 했으면 저희도 엄두가 안 났을 거예요.”

정지현(이하 정) “정확하게는 이전 대표님 두 분이 후보 탐색하는 기간을 오래 가졌어요. 저희 두 사람을 이사회에 추천하셨고, 이사회에선 다음 총회에 우리를 후보로 추천하자는 걸 승인해주셨고요. 지난해 하반기에 회원에게 10년 운동에 대한 의견을 받는 과정을 거치면서 ‘저희 두 명이 대표 후보’라고 알리는 기간이 있었어요. 그리고 지난달 7일 총회에서 선출 승인을 받았고 다행히 만장일치였어요.(웃음)”

Q. 대표직을 수락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직은 매일 같이 나와서 전투를 치르듯 일하는 상근직이에요. 다양한 그룹과 협업하는 책임감이 필요한 자리이기도 해요. ‘그만한 역량이 되나’ 하는 걱정이 많았어요.

이전 대표님 두 분이 대표직을 처음 제안했을 때 의외였어요. ‘왜요? 저요?’하고 여쭤봤죠. 두 분께서는 ‘자신을 못 믿겠으면 우리의 판단력을 믿으라’며 ‘우리가 허투루 13년간 조직을 꾸려온 것이 아니’라고 말씀해주셨죠.”

“대표님들이 오랫동안 리더십 교체에 대한 고민을 하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렇다고 외부에 어떤 누군가를 데리고 와서 역할을 맡길 수 없는 거예요. 대표님들이 ‘이제는 새로운 리더십이 조직과 운동을 끌어가는 것이 이 운동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말씀을 담담하게 해주셨어요. 오히려 저는 먹먹하기도 했고 ‘얼마나 오래 고민했으면 정제된 언어로 말씀하실까’ 싶었죠. 안 된다고 하거나 반대하기 어려웠어요.” 

Q. 두 분이 대표가 된다고 했을 때 회원들을 포함한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우리 운동이 창립자의 뛰어난 역량으로 여기까지 왔잖아요. 감당 못하는 자리에서 고생할까봐 대표직 맡는 걸 말린 분도 계셨어요. 전 대표님 두 분과 저희는 20년 정도 나이 차이가 나는데, 이게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연륜이나 정보, 인맥, 경험의 차이에요. 어마어마하죠.

대표님이 만약에 ‘우리처럼 하라’고 하셨으면 못한다 했을 거 같아요. ‘당신들이 가진 장점을 살려서, 함께하는 회원과 상근자가 있으니 할 수 있다’고 ‘믿고 해보자’고 하셨어요.”

“‘새 대표 응원하는 차원에서 가입한다’는 분이 계셨어요. 친한 지인들은 제가 대표됐다고 후원을 시작했어요. 대표 됐다니까 떡을 해서 보내준 지인도 있어요. 동네잔치처럼요.(웃음) 두 대표님이 떠난다고 불안하는 분도 계셨죠. 그렇지만 두 분은 이 단체를 아예 떠난 게 아니에요. 이사장과 이사를 맡아서 교육 운동 생태계 확장을 위해서 같이 뛰실 거예요.”

◇ “내 아이만 잘 키우겠다는 교육열… 모두가 행복한 교육 요구해야”

정지현 신임 공동대표는 한국의 교육과 교육시장을
정지현 신임 공동대표는 한국의 교육과 교육시장을 "사적 관심, 과거, 사교육 자본에 발목 잡혀 있다"고 진단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Q. 어떤 관점으로 대한민국 교육을 바라보실지 궁금합니다. 교육과 교육 시장을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우리나라 교육은 세 가지에 발목 잡혀 있어요. 사적 관심, 과거, 사교육 자본에 발목 잡혔죠.

‘사적 관심’은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융합자율학부 교수님이 저희 단체 강의에서 우리나라 교육 문화를 가리키며 한 말이에요.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열을 ‘부럽다’고 했지만, 그 교육열은 사적 관심에서 비롯하죠. 내 아이만 잘 키우기 위한 거잖아요.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교육부 슬로건처럼 모든 아이가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해야 해요.

2018년 대학입학시험 개편 공론화 때 많은 논의가 오고 갔죠. 그동안 답습해온 암기식 시험을 바꿔보자는 마음으로 굉장히 기대를 했어요. 그 때 교육 기사 댓글을 보면 ‘차라리 학력고사가 더 편하고 공정했다’고 해요. 부모가 자신들이 학생이던 70, 80년대로 아이를 데려가는 셈이죠. 이게 과거에 발목 잡혀 있다는 거예요.

끝으로 사교육 시장은 사회의 많은 부분을 잠식하고 있어요. 국가가 교육에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도록 하죠. 우리는 사교육 자본의 영향력을 깨닫지 못한 채 끌려 다니며 살고 있는 거 같아요.”

“‘차별을 긍정하는 교육’이라고 봐요. 좀 더 나은 차별을 받기 위해서 무한 경쟁하고, 무한 경쟁을 긍정하면서 사교육을 경쟁의 수단으로 긍정하죠. 출신학교로 차별하거나 특권학교에 들어가길 바라는 건 ‘나와 내 자녀가 너와 다르다’고 여기고 싶고, 그 생각을 사회가 대우 해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최근에 한 회원이 ‘사교육이 이제는 기피되는 대상이나 반칙으로 생각되지 않는다’며 ‘무한 경쟁하고 무한 차별하는 세상에서 노력의 산물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차별이 긍정되는 사회는 문제가 있고, 그런 사회를 만드는 교육제도를 바꾸기 위해서 저희 단체가 존재해요.”

Q. 그런 대한민국 사회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성과를 거둔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성과가 너무 많아서 딱 집어서 말하면 다른 성과도 없는 거처럼 여겨질 거 같아요.(웃음) 저희 단체 이전에는 ‘교육에서 생긴 차별이 고통을 만들고, 그래서 힘듦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목소리 자체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사회 문제로 인식하게 하면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시작 자체부터 성과라고 생각해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교육규제법 또는 선행학습금지법)이 제정됐을 때 저희 단체를 연구 주제로 삼고 싶다고 연락이 오기도 했어요. 시민단체가 시작해서 입법까지 완수한 경우가 잘 없다면서요. 학교에선 최근에 ‘선행교육 규제법에 따라서 교육과정을 진도대로 진행한다’고 안내해서 학부모를 안심시켜요. 학교 문화에서 정착됐다는 건 큰 성과죠.”

◇ “‘사교육 없는 세상’ 아닌 ‘걱정 없는 세상’… 학생에 유익하면 사교육도 할 수 있어”

홍민정 신임 공동대표는
홍민정 신임 공동대표는 "더 많은 시민과 함께하는 운동을 꿈꾼다"며 "끝장토론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Q. 지금까지 활동에서 한계나 아쉬움을 느끼는 점도 있으실 텐데요.

“‘저희 단체에 어떤 점을 바라는지’ 물어볼 기회가 있었어요. 많은 분들이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운동’이라고 응답을 해주셨어요. 그럼에도 ‘내용이 너무 어렵다’거나 ‘금지하는 것에만 집중한다’는 쓴소리도 해주셨죠.

그동안 금지 운동을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던 건,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을 덜어내야 그 안에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선행교육이 사라져야 그 안에 제대로 된 교육을 채울 수 있고, 출신학교 차별도 없애야 새로운 시스템을 쌓을 수 있어요. 앞으로는 긍정적인 운동으로 가려고 해요. 일상의 문화와 오래된 인식을 바꾸는 운동 방법을 고민 중이에요.”

“안타까운 게, 저희 운동이 ‘도도하고 아무나 못한다’거나 ‘문턱이 높다’는 오해가 있어요. 어려운 걸 강요하는 이미지가 있다는 의견을 주시더라고요. 오해를 풀고 싶어요. 우리 운동을 하면 수절하듯 ‘사교육’에 선을 긋고 외롭게 살아야 할 것 같지만 그건 아니거든요. 그럴 때마다 저희 단체 이름이 ‘사교육 없는 세상’이 아니라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라고 정정해줘요.(웃음) 

저희 단체는 ‘학생 유익 중심’이라는 핵심 가치가 있어요. 학생의 발달과 성장에 정말 유익한 것인지 판단하고, 학생 유익에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사교육 할 수 있다고 봐요. 저희 회원 중에서도 ‘건강한 사교육’을 하는 학원 선생님도 많이 계세요. 평범한 시민들이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싶고 교육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얼마든지 모여서 얘기할 수 있는 곳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에요.”

Q. 앞으로의 운동 방식을 많이 고민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모습의 운동을 하고 싶으십니까?

“운동방식에 대한 갈증이 커요. 저는 시민과 함께하는 운동을 하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저희 운동에 참여하는 걸 꿈꿔요. 끝장토론도 해보고 싶어요. 또 지금까지는 교육 이해당사자인 청년이나 학생이 상대적으로 소외됐잖아요. 청년과 학생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콘텐츠 측면에서는 ‘학부모와 교사 모두가 충분한 신뢰를 가질 수 있는 학교교육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탁월한 아이디어를 내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학교 교육은 무엇인지, 교사가 생각하는 학교 교육은 무엇인지를 충분히 이야기 듣고 그걸 바탕으로 지금의 교육 문제를 풀고 싶어요.”

“홍 대표님의 말이 올해 사업계획에서 주요한 방향이에요. 더 많은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서 입시경쟁을 해결하는 쪽으로 모으는 운동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Q. 곧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집니다. 이번 선거 공약으로 추천할 법안을 꼽아주세요. 

“‘성공사례’는 모범이 아녜요. 안을 들여다보면, 아이들이 정서적 학대를 겪거나, 사교육비를 과도하게 지출해 가정경제가 어려움에 처하거나, 부모와 자녀 관계가 나빠지는 등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있죠. 아무도 말하지 않고 당사자는 더욱 더 말하지 않죠.

물리적 정서적 학대 뿐 아니라, 지나친 조기교육을 하는 것도 학대에요. 저희가 만들고 싶은 영유아인권법은 조기교육으로 인한 지적 학대에서 우리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예요.”

“특권대물림 교육을 막기 위한 내용으로 법제화가 됐으면 해요. 특권 대물림을 입증할 교육 불평등 지표가 객관적으로 만들어지고 제도에 반영돼야 해요 교육부에서 지난해 지표를 개발하겠다고 했지만, 대입이나 학생 선발에 반영한다는 건 법제화하지 않았죠. 

영유아인권법도 공약으로 반영됐으면 해요. 저희 단체에서 영유아인권법 입법 청원 서명을 받았을 때, 제목만 보고도 부모님들이 줄서서 서명을 할 정도로 그 열망이 뜨거워요. 시민들은 영유아 인권이 법으로 보호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정지현,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신임 공동대표와 인터뷰는 두 시간 내내 유쾌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정지현,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신임 공동대표와 인터뷰는 두 시간 내내 유쾌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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