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부터 시작하는 입시경쟁… ‘스카이캐슬’부터 없애라”
“태교부터 시작하는 입시경쟁… ‘스카이캐슬’부터 없애라”
  • 이중삼·최규화 기자
  • 승인 2020.01.1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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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사교육, ‘불안’을 팝니다③]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下)

【베이비뉴스 이중삼·최규화 기자】

연간 3조 7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영유아 사교육비. 등골 휘는 비용에도 많은 부모들은 ‘불안’ 때문에 오늘도 사교육을 선택하고 있다. 그 불안의 실체는 무엇일까. 우리에겐 어떤 대안이 있는 걸까. 베이비뉴스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공동기획으로 열두 명의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가 답을 구했다. - 기자 말

☞ (상편) “선행학습이란 미친 단어… 이런 말 있다는 게 비정상”에서 이어집니다.

지난해 10월 4일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을 만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10월 4일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을 만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그는 최근 새로운 유아교육 모델로 떠오르고 있는 ‘협동조합형 유치원’에 주목하고 있다. “부모가 교육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주목의 이유. “공동체가 같이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부모가 불안하지 않다”며, “학부모와 교직원 등 교육주체들이 교육과정을 만드는 데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부모교육’을 강조하는 시각에 대해 비판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아직도 공교육에서는 ‘부모가 문제야, 부모 생각을 바꿔야지’라고 부모를 가르치려 한다”며, “이제 부모를 교육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참여하게 만들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평등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부모를 바라봐야 한다는 말.

박 부연구위원은 ‘교육의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도 함께 언급했다.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다양한 요구를 공교육이 충족시키지 못하면 ‘다른 데’, 즉 사교육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 “획일화된 교과서에 맞추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 한 명 한 명이 뭘 배우는지를 보는 교육”을 통해 “교육자치”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Q. 영유아 사교육 시장이 점점 더 커지다보니 정부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2014년 선행학습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죠. 긍정적인 영향이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선행학습 금지법이 통과됐다고 현실에서 선행학습이 사라졌나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일부만 금지하면, 결국 풍선효과처럼 다른 쪽으로 빠져나가게 돼 있어요. 무언가 금지하는 정책은 완전한 대책이 될 수 없어요.

‘사교육은 나쁜 것, 공교육은 좋은 것’ 이런 이분법으로 규제해서는 해결이 안 되죠. 그리고 사교육을 하는 게 오직 부모의 불안이나 욕망 때문인가요? 부모 개인의 문제라고 여겨서는 하나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유아기에 영어 사교육 하면 안 되는 이유는 뭐죠? 그럼 영어는 언제 어떻게 배워야 돼요?

지금 대다수 유치원에서 특별활동으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그게 현실이에요. 폐해만 말하면서 규제하지 말고 방법을 알려줘야 돼요. 정부에서 연구해서 결과를 보여주고 부모들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가야죠. 그러지 않고 무조건 금지한다면 아무도 정부를 믿지 않아요. 오히려 사교육으로 향하는 마음이 더 커지겠죠.”

Q. 지금 영유아 사교육에 대한 규제로는 대표적으로 ‘영어유치원’ 명칭 사용 금지 정도가 있습니다.

“유아대상 영어학원이 ‘유치원’ 명칭을 사용하면 불법이죠. 그런데 현실에서 실제로 ‘영어유치원’이라는 말이 사라졌나요? 제대로 안 되고 있어요. ‘유치원’ 명칭 쓰지 말라는 것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규제를 더 만든다는 건 잘못됐다고 봐요. 결국 사교육은 공교육이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거든요.

예를 들면 누리과정 시작과 동시에 사교육 업체들은 누리과정 교재교구를 만들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들어갔어요. 사교육은 공교육의 빈틈을 예리하고 재빠르게 침투합니다. 한 발씩 늦을 수밖에 없는 규제로는 일일이 막을 수 없어요.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보다 공교육에서 유아교육의 본질을 잘 살려야 해요.”

◇ “영유아 사교육 규제? 무조건 금지하면 사교육 요구 더 커질 것”

박 부연구위원은 “아이의 성장을 따라가면서 아이가 자기 자신이 되게 교육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사교육에 휩쓸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박 부연구위원은 “아이의 성장을 따라가면서 아이가 자기 자신이 되게 교육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사교육에 휩쓸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Q. 사교육을 선택하는 부모들의 불안은 공교육에 대한 구조적 불신에서 나온다는 말씀이시지요?

“저희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인데, 아이 얘기를 들어보면 친구들이 밤 9시까지 학원에서 국어부터 사회까지 진도를 다 끝내고 온다는 거예요. 그렇게 해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생각, 그렇게 공부시키지 않으면 더 높은 수준으로 못 올라간다는 생각이 부모들한테 있는 거예요. 그렇게 ‘스카이 캐슬’로 가겠다는 거죠.

그런 부모들한테 놀이 중심 유아교육을 얘기한다? 안 믿죠. ‘놀이만 하다가 초등학교 가서 뒤처지면 책임질 거야?’ 하는 마음일 거예요. 학교에서는 아이 하나하나에 맞춰서 이끌어주지 않아요. 사교육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원인을 이해해야 해요. 그런 점을 놓치면 어떤 혁신이든 실패할 수밖에 없는 거죠.

보육과 유아교육이 무상화 됐지만 영유아 키우는 가계에서 교육비가 줄어들지 않잖아요. 어린이집·유치원에는 안 내는 만큼 그대로 다른 사교육에 돈을 썼다는 거예요. 그런 불안감이 깊이 내재돼 있는데 단지 사교육은 나쁘다, 규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로는 부모들을 설득 못해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요.”

Q. 공교육 구조를 개혁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라면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근본적으로 ‘스카이 캐슬’이 있잖아요. 20년 뒤 입시경쟁에서 뒤처질까봐 태아 때부터 태교로 경쟁을 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사교육을 안 하겠어요.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거예요. 위에서부터 바로잡아야 돼요. 교육의 본질은 자기가 태어난 개성대로 성장·발달하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배워나가는 겁니다.

그런데 교육이 더 높은 계층이나 계급을 얻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면 아이들은 불쌍해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 경쟁이 지금 유아기까지 내려온 거예요. 대학 서열화가 전혀 해결이 안 된 상태로 정시냐 수시냐 학종(학생부 종합 전형)이냐, 입시제도만 이랬다저랬다 하고 있잖아요. 결국 핵심은 대학 서열화입니다.

그것 때문에 대학부터 유치원까지 서열화된 구조 속에서 먼저 우위를 점하기 위해 유아기부터 경쟁할 수밖에 없어요. 이걸 공교육에서 바로잡지 못하면 대학교부터 유치원까지 도미노처럼 다 무너지는 거예요.

유아교육부터 평생교육까지 일관된 교육개혁의 방향이 있어야 돼요. 사교육은 어떻게 막고, 대학 입시는 어떻게 하고, 특권의 대물림은 어떻게 끊을 건지 쭉 이어지는 장기적인 그림을 그려줘야 교육현장이나 부모들이 희망이라도 가질 것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런 그림도 못 그려주고 있어요.

사회적으로 이슈 되는 사건이 터지면 땜질 하는 식으로 입시제도만 바꾸는 것은 한계에 왔어요. 오랫동안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쌓인 부모 입장에서는 ‘입시제도? 어떻게든 바꿔봐, 난 우리 애 사교육 시켜서 어떤 상황에든 적응할 수 있게 만들 거야’ 이렇게 되는 거예요. 결국 또 사교육 시장만 늘어나는 악순환이죠.”

초등학교 교육과정부터 대학 서열화까지 공교육의 영역에서 개혁해야 할 근본적인 과제들이 많다. 그밖에도 정부가 해야 할 것들은 또 있다. 박 부연구위원이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영유아 사교육에 대한 실태조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교육부나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조사된 공식 통계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발표한 ‘영유아 교육·보육 비용 추정 연구’ 자료가 영유아 사교육 실태를 알아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자료다. 하지만 그조차도 신뢰도가 떨어진다. 지난 2017년 3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2016년 영유아 사교육비 통계’를 비판했다.

2015년 연구는 사교육비 항목에서 ▲유치원·어린이집 특별활동비 ▲교구 활동 ▲통신교육 등을 갑자기 제외했고, 2016년 연구도 ▲유치원·어린이집 특별활동비를 제외했다는 것.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육아정책연구소는 5년간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의 일관성이 없어 비교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2016년 연구에서는 매년 해오던 ‘사교육 참여 영유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삭제하고, ‘전체 영유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만 발표하여 마치 비용이 축소된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켰다”고 문제제기했다.

신뢰도를 지적받던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 교육·보육 비용 추정 연구’마저 2017년으로 종료됐다. 교육부는 2017년 국가 차원의 영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를, 그리고 2018년 본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017년 시험조사 이후 결과 발표도 하지 않았고, 본조사 실시에 대한 발표도 아직 없는 상황이다.

◇ “대학 서열화가 유치원까지… 방치하면 공교육 붕괴 도미노 온다”

박 부연구위원은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정책이 용두사미가 돼가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1일 유치원 3법 등 패스트트랙 개혁법안의 국회 처리를 촉구한 기자회견.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박 부연구위원은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정책이 용두사미가 돼가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1일 유치원 3법 등 패스트트랙 개혁법안의 국회 처리를 촉구한 기자회견.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박 부연구위원이 그 다음으로 꼽은 것은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다. 2018년 10월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 사태를 통해 떠오른 과제. 그해 10월 25일 정부와 여당은 회계 투명성 강화와 국공립유치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이른바 ‘유치원 3법’ 또한 여당의 당론으로 채택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비리유치원들이 운영비를 딴 데다 쓰고 부모들한테 걷는 돈이 많아지면 부모들은 사교육에 의존하는 마음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공공성 문제는 유치원 특별활동과 사교육까지 다 연결되기 때문에 회계비리 해결만이 아니라 학교가 학교로서 교육의 본질을 되찾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정책은 ‘용두사미’가 돼가고 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유치원 3법’은 ‘패스트’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1년 넘게 국회에서 논의 한 번 되지 못했다. 여당에서 만든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TF’도 별 성과 없이 1년 만에 조용히 활동을 끝냈다.

박 부연구위원은 “지금 유아교육에 공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없다”며, “할 것처럼 하다가 안 하는 것, 좋은 정책도 나쁜 정책도 아닌 가짜 정책이야말로 가장 최악”이라고 개탄했다.

이어서 그는 영유아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유아교육을 바로잡기 위해 중요한 ‘관점’을 언급했다. “유치원만 보고 있으면 유치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 “사회, 문화, 언론, 자본 등이 다 엮이면서 아이의 삶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구조를 못 보고 유치원만 보고 있으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사자들의 참여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면서 “위에서 밑으로 내려오는 것만으로는 절대 안 바뀐다”며, “아이와 부모들이 참여해서 바뀌는 것이 진짜 개혁”이라고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끝으로 박 부연구위원은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로 진정한 교육의 철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말.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은 알 속 병아리의 부리가 여물기를 기다리지 못해서 밖에서 먼저 알을 깨버리는 어리석은 어미 닭은 아닌지.

“유아교육에서 말하는 건 결국 하나예요. 아이를 따라가라는 것. 아이의 흥미와 관심이 뭔지, 아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뭔지, 그렇다면 지금 아이한테 필요한 것은 뭔지 아이의 뒤를 따라가며 지켜보는 거죠. 그렇게만 해줘도 아이는 잘 성장할 수 있어요. 가르치는 사람이 아이를 앞서가면 늘 문제가 되죠.

사교육 담론도 아이를 앞서가는 거죠. 아이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아이를 끌어가는 거잖아요. ‘줄탁동시’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미 닭이 밖에서 알을 먼저 깨버리면 안 되고, 병아리가 안에서 자신의 부리로 깨고 나올 때 밖에서 같이 쪼아줘야 세상으로 나올 수 있잖아요. 그게 진정한 교육입니다.

우리도, 지금의 젊은 부모 세대도 경쟁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잖아요. 아낌없는 사랑으로 아이를 계속 따라가 주는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어도 그 아이는 성공할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의 성장을 따라가면서 아이가 자기 자신이 되게 교육하는 것. 그것에 중점을 둔다면 사교육에 휩쓸리진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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