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얘기 말고 과학 믿어라… 선행학습에 뇌 망가져"
"옆집 얘기 말고 과학 믿어라… 선행학습에 뇌 망가져"
  • 권현경·최규화 기자
  • 승인 2020.02.1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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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영유아 ‘불안’을 팝니다⑨] 서유헌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석좌교수 인터뷰(上)

【베이비뉴스 권현경·최규화 기자】

연간 3조 7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영유아 사교육비. 등골 휘는 비용에도 많은 부모들은 ‘불안’ 때문에 오늘도 사교육을 선택하고 있다. 그 불안의 실체는 무엇일까. 우리에겐 어떤 대안이 있는 걸까. 베이비뉴스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공동기획으로 열두 명의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가 답을 구했다. - 기자 말

한국을 대표하는 뇌과학자로 꼽히는 서유헌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석좌교수를 지난해 11월 5일 인천 구월동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내 서 교수의 연구실에서 만나 영유아 사교육이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한국을 대표하는 뇌과학자로 꼽히는 서유헌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석좌교수를 지난해 11월 5일 인천 구월동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내 서 교수의 연구실에서 만나 영유아 사교육이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20세기 최고의 천재인 아인슈타인은 ‘과학의 천재’, ‘두정엽의 천재’라 불린다. 입체 공간적·과학적 사고 기능을 맡은 두정엽이 보통사람보다 15% 이상 크고 잘 발달했기 때문이다. ‘언어의 뇌’인 측두엽 발달이 좀 늦어 세 살 때 처음 말문을 연 아인슈타인이 우리나라에서 강제 선행교육을 받았다면 범재나 둔재로 전락해 빛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우리 아이 영재로 키우는 엄마표 뇌교육」 4쪽)

2007년 OECD의 「뇌에 관한 여덟 가지 신화」(Understanding the Brain : The Birth of a Learning Science) 보고서에는 뇌에 관해 잘못 알려진 여덟 가지 가설이 소개됐다. 보고서가 소개한 가설 중에는 이른바 ‘3세 신화’도 포함됐다.

“3세 무렵에 뇌의 중요한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 “무엇인가를 배우는 데 결정적 시기가 있다”, “평생 동안 뇌의 10%만 사용한다”, “좌뇌형-우뇌형이 있다” 등 조기교육의 근거로 신봉돼온 가설. 하지만 OECD는 이를 ‘잘못된 신화’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러한 ‘신화’는 아직도 영유아 사교육 상품의 홍보 문구 속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2017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영유아 교재·교구 업체 40여 곳의 온라인 홍보물을 분석한 결과, 다섯 곳의 업체에서 ‘3세 신화’와 같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 뇌과학 이론을 인용해 상품을 홍보하고 있었다.

또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한 유아교육 박람회 현장에서도 “유아기 때 두뇌의 90%가 완성, 지금부터 1%의 두뇌를 만드는 방법은?”, “0~8세 두뇌발달의 80%가 결정되는 시기” 등의 문구가 목격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뇌과학자로 꼽히는 서유헌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석좌교수도 3세 신화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1월 5일 인천 구월동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내 서 교수의 연구실에서 그를 만나 영유아 사교육이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 교수는 한국뇌신경과학회 이사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학연구소 소장, 아시아대양주 신경과학회 회장, 대한약리학회 회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주임교수, 한국뇌연구원 추진기획단 단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한국뇌연구원 원장, 가천대학교 뇌과학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아동의 뇌 발달과 적기교육’을 주제로 부모교육 역시 활발하게 하고 있는 서 교수는 「머리가 좋아지는 뇌 과학 세상」 「천재 아이를 원한다면 따뜻한 부모가 되라」 「잠자는 뇌를 깨워라」 「과학이 세계관을 바꾼다」 「우리 아이 영재로 키우는 엄마표 뇌교육」 등 50여 권의 저서를 펴낸 바 있다. 

◇ “뇌가 자라기 전에 먼저 자극하면 망한다, 남보다 많이 자극하면 망한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한 유아교육 박람회 현장에서 "0~8세 두뇌발달의 80%가 결정되는 시기"등의 홍보 문구가 목격됐다. 최규화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한 유아교육 박람회 현장에서 "0~8세 두뇌발달의 80%가 결정되는 시기"등의 홍보 문구가 목격됐다. 최규화 기자 ⓒ베이비뉴스

Q. 지금도 영유아 부모들 사이에 ‘3세 신화’와 같은 이야기들이 퍼져 있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세 살 때 뇌가 다 완성된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합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만약 ‘3세 신화’대로 인간의 뇌가 세 살 때 완성돼서 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면, 인간이 이룬 문화적·과학적 발전은 절대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도 ‘세 살 공화국’밖에 안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세 살 이전에 천재의 뇌를 만들겠다고 사교육을 하면 망해요. 뇌가 자라기 전에 먼저 자극하면 망한다, 남보다 많이 자극하면 망한다, 이게 제 답이에요. ‘남보다 먼저, 남보다 많이’라는 말은 잘못됐습니다. 아이의 뇌는 지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는데 마구 주입하니까 망가지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Q. ‘먼저 시작할수록 똑똑해진다’는 게 사교육 시장의 논리인데, 교수님 말씀은 그 반대네요.

“인간의 뇌는 세 살에 완성되지 않아요. 과거에는 스무 살 정도까지 뇌가 발달한다고 했는데, 요즘은 스물다섯 살 정도까지 발달한다는 데이터가 나와 있습니다. 또 뇌 발달의 속도와 시기는 사람마다 다 달라요. 나이에 따라 뇌의 부위별 발달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뇌를 알고 교육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과학을 믿어야 하는데, 부모들은 주변에서 떠도는 얘기, 주변에 있는 아이들 얘기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쓰세요. 시기에 따라 발달하는 뇌의 부위가 다릅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직 발달하지 않은 뇌 부위를 과도하게 자극하는 선행학습을 무차별적으로 주입해 오히려 아이들의 뇌를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지난해 8~9월 만 19~74세 전국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2019년 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KEDI POLL)’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유치원 및 초·중·고 학부모인 응답자 969명 중 97.9%, 949명이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킨다고 답했다.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로는 ‘남들보다 앞서 나가게 하기 위해’(24.6%)와 ‘남들이 하니까 심리적으로 불안해서’(23.3%)라는 답이 많았다. 불안 때문에, 또는 경쟁 때문에 약 98% 부모들이 시키고 있는 사교육. 하지만 서 교수는, 영유아기 잘못된 사교육은 “뇌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뇌를 알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서 교수의 조언. 그렇다면 과연 인간의 뇌는 언제 어떤 순서로 발달하는 걸까.

인간이 태어날 때 뇌는 350g에 불과하지만, 생후 3년 만에 1000g까지 성장한다. 3층으로 이뤄진 뇌 중 1층은 ‘파충류의 뇌’, ‘생명의 뇌’, ‘본능의 뇌’로, 호흡, 심박동, 혈압 조절 등 생명 유지 기능을 담당한다. 2층은 ‘동물(포유류)의 뇌’, ‘감정의 뇌’. 모든 정보를 전달하는 정거장 역할을 하며, 감정 기능도 하고 있다. 3층은 사람만이 가진 뇌로, ‘이성의 뇌’, ‘지혜의 뇌’라고 부른다.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중요한 뇌 부위다.

영아기에 중요하게 발달하는 것은 ‘감정의 뇌’다. 서 교수는 저서 「우리 아이 영재로 키우는 엄마표 뇌교육」(동아M&B, 2014년)을 통해 “두 살까지의 애착 경험은 ‘감정의 뇌’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세 살까지 ‘감정의 뇌’가 최고로 발달할 수 있도록 사랑을 듬뿍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뇌 발달은 최소 20년은 걸린다. 20년이란 기간은 누구도 단축할 수 없기 때문에 과잉교육이나 선행교육을 하면 아이의 뇌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뇌 발달, 특히 감정의 뇌 발달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0세에서 3세 사이의 학습과 교육에는 암기 위주의 지적 자극보다 감정적 충족이 중요하다.(「우리 아이 영재로 키우는 엄마표 뇌교육」 38쪽)

◇ “모든 교육의 목표가 대학입시뿐… 뇌 발달에 맞는 교육, 제일 중요”

서유헌 교수는 뇌 모형을 통해 3층으로 이뤄진 우리 뇌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서유헌 교수는 뇌 모형을 통해 3층으로 이뤄진 우리 뇌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2019년 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에는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의 인성 수준에 대한 문항도 있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4000명 중 ‘높음’(매우 높다 1.3%, 높다 8.3%)은 9.6%, ‘보통’은 46.3%, ‘낮음’은 44.1%로 조사됐다.

‘자녀가 다닐 학교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인성교육을 32.2%로 가장 많이 선택했다. 또한 ‘학교에서 현재보다 강화되어야 할 교육내용’에 대해 초등학생 부모 44.0%, 중학생 부모 40.8%, 고등학생 부모 23.4%가 인성교육을 꼽았다.

Q. 영유아기에 인성교육을 하지 않고 그 시기가 지난 후에 하면 교육 효과가 없을까요?

“세 살에서 여섯 살 사이에 종합적인 사고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발달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전두엽은 종합적인 사고 기능과 2층에 있는 감정의 뇌, 본능의 뇌를 제어해서 원초적인 감정, 폭력성을 억제하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이 시기에 예절교육과 인성교육을 통해 감정과 폭력성을 억제하는 능력이 길러져야 해요.

그런 교육이 이뤄져야 예의 바르고 인성 좋고 감정을 잘 조절해 폭력을 억제할 줄 아는 아이가 될 수 있어요. 인성교육을 유아기에 시작해야 인간성과 도덕성이 제대로 발휘됩니다. 유아기에 인성과 도덕 교육을 하지 않고 중·고등학교 시기나 대학에서 시작하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아요.”

Q. 과잉 자극은 뇌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고 강조하셨는데요, 뇌가 손상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만일 전두엽이 손상되면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가 나타날 수 있어서, 계획을 세우거나 복잡한 행동을 하거나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일이 불가능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비합리적인 자극에 예민해져요. 또 감정의 뇌를 적절히 제어하지 못해 이성적 행위가 아닌 감정적 충돌이 나타나게 됩니다.”

서 교수는 「우리 아이 영재로 키우는 엄마표 뇌교육」에서 전두엽 손상과 관련한 두 가지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먼저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의과대학의 스티븐 앤더슨 박사는 생후 15개월 때 얻어맞고 쓰러져 전전두엽을 다친 20세 여자와, 생후 3개월 때 뇌수술로 역시 전전두엽이 손상된 23세의 남자를 조사했다.

이들 남녀는 당시 뇌 손상에서 완전히 회복돼 교육 수준이 높은 부모 밑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사춘기가 되면서 행동이 갑작스럽게 달라져 습관적인 거짓말, 좀도둑질, 싸움질, 무책임한 성행위를 시작했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두 사람은 심리검사 결과, 상황에 대해 올바른 판단 능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앤더슨 박사는 전전두엽 손상이 비정상적인 판단력과 폭력적인 성향의 원인이 됐고 정신병과 유사한 증세를 가져온 것으로 결론지었다. 전전두엽 피질이 손상되면 윤리적인 판단 능력이 결핍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또 다른 연구는 전두엽 절제술이다. 과거 정신병의 치료 방법으로 전두엽 절제술을 사용했다. 이 수술을 받은 환자는 지능 저하는 별로 없으나 근심, 걱정, 불안 등 감정적 긴장 증세가 일부 호전됐다고 한다.

반면 의무를 잊어버리고 남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도덕적인 면에 무관심해지는가 하면, 경망하고 유치한 행동을 잘하게 되고 중대한 일을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거나 주의가 산만하고 자극에 따라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됐다. 따라서 현재는 전두엽 절제술을 시행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Q.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여러 이유로, 뇌 발달에 맞지 않는 선행학습을 선택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선행학습을 시키는 부모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어요. 우리 아이 뇌는 옆집 아이 뇌와 다르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다 아는 사실이에요. 그런데 부모들은 그저 남보다 먼저 시키고, 남보다 많이 시켜서 좋은 대학에 보내고자 하는 마음이 커요. 좋은 대학을 가는 것. 모든 부모의 목표가 거기 있어요.

아이가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지 옆에서 잘 살펴보고 관찰하는 게 더 중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모든 교육의 목표가 대학입시에만 맞춰지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엄마 배 속에서부터 대학입시 준비가 시작돼요. 부모들이 뇌과학을 알고 뇌 발달에 맞춰 교육을 시키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Q. 영유아 부모들이 사교육을 고민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유아기에는 전두엽(인성), 초등학생 시기에는 두정엽(과학의 뇌)과 측두엽(언어의 뇌)이 발달합니다. 꼭 그 시기에만 발달하는 건 아니지만 발달 속도를 보면 그 시기에 가장 잘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인성교육을 유아기에 꼭 시켜야 해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을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유아교육의 핵심은 인간성과 도덕성을 갖추고 감정을 조절하고 제어할 수 있게 가르치는 것이어야 합니다. 뇌가 잘 발달하도록 교육이 이뤄지면 그게 최고죠. 그런데 우리는 뇌를 망가뜨리는 교육을 하고 있어요. 영유아기 아이들의 뇌 발달 수준에 맞는 적기교육이 필요합니다.

또 유아교육은 창의성 교육이 돼야 해요. 암기보다는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서울대만 갈 수 있다고 하면 무엇이든 다 하는 풍토에서는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어요. 지식만 달달 외워서는 절대 노벨상 못 받아요. 엉뚱하더라도 다양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 (하편) "태교영어는 말짱 헛것… 엄마 스트레스만 전달될 뿐"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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