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재교육은 틀렸다… 사람 아닌 인공지능 키우는 것"
"한국 영재교육은 틀렸다… 사람 아닌 인공지능 키우는 것"
  • 이중삼·최규화 기자
  • 승인 2020.01.1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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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사교육, ‘불안’을 팝니다④] 정윤경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上)

【베이비뉴스 이중삼·최규화 기자】

연간 3조 7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영유아 사교육비. 등골 휘는 비용에도 많은 부모들은 ‘불안’ 때문에 오늘도 사교육을 선택하고 있다. 그 불안의 실체는 무엇일까. 우리에겐 어떤 대안이 있는 걸까. 베이비뉴스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공동기획으로 열두 명의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가 답을 구했다. - 기자 말

정윤경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와 지난해 10월 28일 ‘사교육의 중심’인 서울 대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윤경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와 지난해 10월 28일 ‘사교육의 중심’인 서울 대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017년 KBS 2TV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가수 A 씨의 아들 B 군이 영재검사를 받아 ‘상위 0.1%’라는 결과를 받는 내용이 방영됐다. 또 지난해 8월 MBC 프로그램 ‘공부가 머니?’에서는 배우 C 씨의 딸 D 양이 IQ 검사 결과 127이 나왔다며 ‘상위 3%’라 평가하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혹시 우리 아이가 영재 아닐까?’ 부모들이 흔히 하는 생각이다. 아이가 영재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에, 또는 영재성을 발견 못하고 놓칠까 하는 걱정 때문에 영재검사와 영재교육에 관심 갖는 부모들도 많다.

유아 영재검사 검증 도구로는 ‘웩슬러 유아지능검사(WPPSI)’가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웩슬러가 개발한 이 검사는 만 3세 6개월~만 5세 11개월까지의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지능지수를 파악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 일반적인 지적 능력 평가를 비롯해 특수교육 요구 아동의 판별 및 진단에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동심리 전문가인 정윤경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영유아기 영재검사는 큰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정 교수는 “영유아기 때 실시한 지능검사 결과는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같은 아이라도 오전과 오후의 검사 결과가 다르게 나올 정도로 편차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지능검사에서 제대로 된 수치가 나오려면 아이의 지적 능력이 인정돼야 하는데, 영유아기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능검사는 10세~11세 정도 돼야 쓸모가 있다”며, “이전 검사에서 점수가 낮게 나왔다고 낙담할 이유도 없고, 높게 나왔다고 영재라고 판단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와 한 인터뷰는 지난해 10월 28일 ‘사교육의 중심’인 서울 대치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정 교수는 현재 아동심리 전문가로 EBS 다큐프라임 등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부모교육과 아동심리에 대한 강연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엄마의 야무진 첫마디」「아이를 크게 키우는 말 VS 아프게 하는 말」「고마워, 내 아이가 되어줘서」「IQ, EQ 육아를 부탁해」등이 있다.

◇ “IQ만 높다고 영재? 영유아기 영재검사 큰 의미 없어”

2017년 가수 A 씨의 아들 B군이 영재검사를 받아 상위 0.1%라는 결과가 나왔다.ⓒKBS 2TV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캡쳐
2017년 한 가수의 아들이 '영재 수준'이라는 내용을 방송한 KBS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방송화면 캡쳐

인터뷰는 영재검사와 영재교육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영유아기 지능검사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정 교수의 단언. 황희숙 부경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와 유지영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선임연구원이 2011년 발표한 논문 「영유아 영재 판별의 가능성 및 한계」 역시 비슷한 분석을 담고 있다. 유아기 영재검사는 “덜 정확하고, 덜 예언적”이라는 것. 해당 논문은 “실제로 일부 사설 유아 영재교육기관에서 영재판별과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주로 지능검사와 창의성 검사 등의 표준화 검사에만 의존해서 유아들의 영재성을 판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표준화 검사도구들을 유아들에게 적용할 때에는 덜 정확하고 덜 예언적이기 때문에 매우 주의해 사용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유아기가 갖는 발달적 특성으로 인해 진단평가를 이해하는 능력, 언어적 반응과 지각-운동적 반응 능력 아울러 장기간 검사에 대한 주의 집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논문은 특히 “유아 영재들의 신체적, 사회적, 인지적 영역의 발달은 개인에 따라 발달 속도와 영역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며, 결론적으로 “영재를 판별하기 위한 유일한 최적의 검사도구는 없다”고 단언했다. 논문은 “영재를 판별하기 위한 유일한 최적의 검사도구는 없다”며, “특히 유아들은 시험에 대한 경험이 없고, 주의 집중이 짧은 것은 물론이고, 아동의 발달이 매우 빠르고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유아들에게 기술적으로 적절한 내용의 검사도구를 제시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Q. ‘영재’의 의미를 정확히 정의할 수 있을까요?

“영재를 정의한다면 어떤 영역이나 지적 능력이 굉장히 상위에 있는 아이를 말합니다. 그런데 그냥 IQ만 높다고 영재라는 게 아니라, 영재의 정의는 영역마다 다 다릅니다. 어느 정도로 뛰어나야 영재라 볼 수 있느냐, 통계적으로 봤을 때는 ‘상위 몇 퍼센트’ 정도 되는 겁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우리 아이가 영재일 확률은 ‘몇 퍼센트’ 정도로, 높지 않다는 거죠. 영재는 타고난 잠재력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돼 있습니다. 그걸 가지고 있는 아이는 정말 희귀합니다.”

Q. 영유아기에 영재검사를 하면 정말 아이의 수준을 알 수 있는 건가요?

“평범한 아이가 학습을 통해 영재로 키워질 수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영재는 아닙니다. 성실한 몰입을 통해서 어느 정도 발달시킬 수 있다는 뜻일 뿐입니다. 지능검사는 영유아기에 큰 의미가 없습니다. 서너 살 아이가 어떤 분야에서 다른 아이보다 객관적으로 뛰어나다는 것을 결정할 인자는 없습니다.

물론 가능성은 있겠지만, 영유아기에는 결과물이 잘 나오질 않습니다. 웩슬러 검사가 신뢰도 있는 검사라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영유아기 아이들은 그 점수가 중요하진 않습니다. 초등학교 이후 학습능력을 타당하게 보는 도구로서는 인정하지만, 이걸로 영유아기 영재를 판단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지능검사는 천재인지 알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문제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 해야 합니다.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최소한 열 살은 돼야 지능을 논할 수 있습니다. 3세까지는 감각적으로 세상으로 인지합니다. 아예 생각하는 방향이 다른 거죠. 어렸을 때는 지식의 포맷이 완전히 다릅니다.”

Q. 아이의 영재성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서 재능을 썩힐까봐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영재성을 어떻게 발견할까,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요. 영재는 튀어나오게 돼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영재가 아니죠. 아이와 같이 놀면서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면 아이는 자기가 흥미로워하는 걸 부모한테 전달해요.

아이 안에서 잠재력의 문이 열리면 반드시 부모에게 사인을 보내게 돼 있어요. 부모가 관심이 없으면 못 보는 것일 뿐이죠. 아이와 같은 방향에서 아이가 무엇을 보는지 같이 들여다보면 그 사인을 못 볼 리가 없어요. 하지만 부모가 아이를 이끌고 싶은 방향이 너무 투철하고 틀에 갇혀 있으면 그 사인을 절대 못 봅니다.

교육으로 끌어주면 아이를 영재로 키울 수 있다는 생각도 문제가 있습니다. 영재의 잠재력을 물려받은 아이도 분명 있겠죠. 하지만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는 유전적 조건뿐만 아니라 환경적 조건도 크게 작용해요.유전은 정해진 하나의 조건이지만, 환경은 수많은 조건으로 구성돼요. 그중 부모가 직접 제어할 수 있는 조건이 얼마나 될까요? 그 많은 환경적 조건들을 다 제어해서 영재로 키워내겠다? 무리라고 봐야죠.”

◇  “영재라는 바보로 키우기보다는 차라리 방치하는 게 낫다”

정윤경 교수는 영유아기 지능검사는 큰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윤경 교수는 영유아기 지능검사는 큰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2016년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연구보고서 「영유아 사교육 실태와 개선방안 - 2세와 5세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아동의 75.7%가 취학 전 사교육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학 전 영유아가 받은 사교육 종류는 각각 영어와 운동이 16.6%로 가장 많았고 악기(11.3%), 창의성(9.9%), 학습지(9.3%), 수학(9.3%), 미술(6.6%) 등의 순이었다.

부모가 취학 전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로는 ‘열등감, 불안감에 대한 보상심리’(28.1%), 강한 성취 욕구(18.8%), ‘자녀 성취를 통한 대리만족’(12.5%), ‘맞벌이에 대한 죄책감’(12.5%), 자녀에 대한 과잉 기대감(9.4%) 순으로 조사됐다.

“놀이학교에서 얘가 행동은 가장 느려도 머리는 가장 빠른 것 같다고 선생님이 얘기해주셨어요. 손톱 물어뜯고 있고 뒤로 숨어도 뛰어난 애는 알아볼 거예요. 전 아이의 IQ가 그렇게 높을 줄 몰랐어요. 영재교육 받으라고 할 때 받을 걸 그랬어요. 초등학교 올라가면 바로 시키려고요. 얘가 잘해야 내가 살아요.”

연구보고서에 소개된 한 어머니의 인터뷰 중 일부다. 보고서는 “해당 아동은 선생님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것이 어머니의 자존감에 영향을 주면서 사교육에 더욱 집중하게 하는 원인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사교육을 통해 아이를 ‘영재’로 만드는 게 가능할까. 정 교수는 “한 분야에서 뛰어나다 싶으면 부모가 아무리 막아도 아이는 한다”면서, “아이를 영재로 ‘키우기’ 위해 그렇게 애를 쓸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영재’에 대한 부모들의 환상과 기대는 정부의 교육정책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2014년 11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교육부가 입법예고 한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강한 유감을 표한 바 있다. 개정안의 골자는 유치원, 초·중학교 과정의 학교도 영재학교로 지정·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영재교육진흥법 제6조는 영재학교를 지정·설립할 수 있는 대상을 '고등학교 과정 이하의 각급 학교'로 명시하고 있으나, 2014년 당시 시행령에서는 고등학교에 대한 규정만 있어 영재학교는 고등학교에서만 지정됐다.

하지만 현재는 시행령이 개정돼 유치원, 초·중학교도 영재학교로 지정·설립할 수 있다. 입법예고 당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영재학교를 유·초·중학교까지 확대한다는 것은 과도한 선행학습을 초래하게 되며, 나아가 영유아 단계부터 입시고통과 서열화로 우리 아이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법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정 교수도 지금 우리나라의 영재교육 정책에 걱정이 많았다. 그는 “우리나라 영재교육은 완전히 틀렸다”고 단언했다. “지금의 영재교육은 사람이 아니라 전문적인 영역을 가진 인공지능을 키운다는 소리”라며, “진짜 영재교육은 핵심 영역만 극대화하는 게 아니”라고 정 교수는 주장했다.

Q. IQ가 높게 측정된 영유아 자녀가 있다면 영재교육을 받는 게 좋을까요?

“영재는 한 분야만 특별하기 때문에, 불행하게도 사회적 낙오자가 되기가 더 쉽습니다. 특히 그 능력을 부모가 키워준 것이라면 더 위험하죠. 못해도 자기가 한 것, 잘해도 자기가 한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영재성을 놓칠까봐 걱정하지만, 영재라는 바보로 키우기보다는 차라리 방치하는 게 낫습니다.

사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걸 해주는 것보다 해주고 싶은 걸 참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죠. 영유아에게 조기교육은 필요 없습니다. 발달적으로 준비된 것만 가르치면 됩니다. 영재라는 개념 자체가 건강한 개념이 아닙니다. 영유아 자녀가 영재성을 보이는 것 같다면, 오히려 의심하고 걱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영재교육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사람을 키우는 게 아니라, 아주 전문적인 영역을 가진 인공지능을 키운다는 소리입니다. 진짜 영재교육은 핵심 영역만 극대화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아이가 핵심 영역의 재능을 타고났다고 생각된다면, 아이 스스로 계속 재밌게 발달시킬 수 있도록 내버려두면 됩니다. 영유아기에는 교육이 머리에 쌓이면 안 되고 몸에 쌓여야 합니다. 부모는 자녀를 영재로 만들기 위해 힘을 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Q. 서양의 영재교육은 우리나라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서양의 영재교육은 다릅니다. 한 가지 핵심 영역에만 투자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지녀야 할 기본적 교양을 모두 가르칩니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능이 있어요. 현대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지능의 개념은 바로 ‘친사회적 유능성’이에요. 지능에 대한 개념이 바뀌어야 합니다. 지능은 적응력이죠.

예를 들어 피아노 영재라고 해도 피아노만 잘 치는 게 아니라, 친구도 잘 사귀고 자기 그릇도 잘 키워야 합니다. 다른 것 아무것도 못하게 막고 아이한테 피아노만 치게 하는 건 영재교육이 아니에요. 영재는 자기가 뛰어난 분야에 대해서는 부모가 아무리 막아도 스스로 하게 돼 있습니다.”

☞ (하편) "사교육은 영유아 번아웃 지름길… '정서지능' 가르쳐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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