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이번 선거는 투표 연령이 확대돼 2002년 4월 16일 이전에 태어난 만 18세부터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선거를 하기에는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다.
선거로 선출한 대표가 나라의 살림을 운영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이 원칙이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근간이기 때문에 전염병에도 불구하고 총선을 치른다. 투표구마다 적힌 문구지만, ‘민주주의의 꽃’이 바로 선거다.
선거 당일 투표를 하면 집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그날 하루뿐이라 사람이 몰릴 것 같았다. 아이와 함께 이동할 수밖에 없는 나는, 지난 주말 지역 동사무소를 찾아가 사전 투표를 하고 왔다.
사전 투표였지만 토요일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투표자들이 많았지만, 장내는 전혀 소란스럽거나 번잡하지 않았다. 곳곳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 달라는 문구가 있었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시민은 한 사람도 없었다.
저마다 거리를 잘 유지하고, 소독과 방역에도 각별히 주의하는 모습이 낯설지만 믿음직스럽게 다가왔다. 관리하시는 분들도 한 사람 한 사람 체온을 체크했고, 일일이 소독용 젤을 권하며 일회용 장갑까지 나누어 줬다. 이제 정말 우리나라의 선거, 투표 문화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잘 이루어질 정도로 바르게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맨 처음 투표권을 행사한 것은 대학생 때였다.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였는데 나에게는 그저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휴일’일 뿐이었다. 물론 후보가 누구인지, 어떤 공약을 냈는지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실컷 늦잠이나 자야지 하는 마음으로 여유를 부리고 있는데 엄마가 후보자들의 선거공보물을 모아들고 오셨다. 공보물을 읽자마자 엄마는 나를 떠밀다시피 투표장으로 데리고 갔다. 도장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투표 초보는 그렇게 얼떨결에 선거에 참여했다. 그것이 나의 첫 국회의원 투표 경험이었다.
◇ 엄마에게 떠밀리듯 행사한 첫 선거권… 내가 찍은 한 표의 소중함을 느끼다
투표를 하고 개표 방송을 보다 보니, 내가 선택한 후보가 마침 다른 후보와 박빙으로 경쟁을 하고 있었다. 뜻밖에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때 생각했다. 내가 찍은 한 표의 소중함에 대해서 말이다.
그 뒤로는 부모님의 채근 없이도 내가 먼저 후보들을 살피고 공약을 눈여겨본 뒤 투표장을 가기 전까지 고민하곤 했다.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당연한 일이지만 스스로 대견하게 느낄 때도 많았다. 그러한 마음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아이와 함께 투표장에 향하게 된 것이다.
덴마크, 독일 등 소위 선진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나라는 선거 연령을 앞둔 어린아이 때부터 선거 교육을 한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반장, 회장 선거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들 나라에서는 좀 더 체계적인 연령별 정치 교육 자료가 나라 차원에서 제공된다. 실제 출마하는 정당과 후보의 공약을 비교하는 등 더 적극적인 차원의 토론과 투표 연습이 진행된다고 한다.
이제 막 청소년 투표가 시작되는 대한민국도 이러한 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배워야 할 점이 많을 것 같다. ‘투표도 학습이고 습관’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청년기에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은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처음에는 등 떠밀려 시작한 투표였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고 의무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이제는 선거 때가 되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선거 참여는 당연하다고 여기게 됐으니 말이다.
선거권은 유권자로서 가장 직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자 의무이다. 나를 위해서, 내 아이를 위해서 좀 더 나은 세상에 살고자 한다면 모른 척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미래의 우리 아이들,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더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게 어른들이 힘을 보태야 한다.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번 선거의 적극적으로 참여해 아이들에게 본이 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